(제 20 회)

 

제 5 장

19

 

1949년 3월 18일 황해도 장풍군 령남면의 송악산에 대한 적들의 무력침공이 있었다. 트루맨에게 제기했던 증병요청이 거절을 당하게 되자 맥아더가 리승만을 돌격대로 내세워서라도 자기의 극동진출전략을 실현시켜보려고 38도선에서의 무장도발을 보다 강도높이 벌리도록 하였던것이다. 맥아더는 일단 조선에서 남북간의 대립과 격화가 심해지고 더는 수습할수 없는 전쟁접경에로 치달아오른다면 트루맨도 어쩔수 없이 자기의 계획에 말려들것이라고 타산했다.

로버트는 《한국군》중에서 제일 전투력있다고 하는 김석원의 괴뢰1려단으로 하여금 개성과 마주한 송악산을 공격하게 하였다. 전투의 소음은 새벽 6시 30분경부터 울리기 시작하였다. 봄이 온다고 새움을 싹틔울 준비를 하던 산중턱의 떨기나무숲이 뒤흔들리고 매캐한 화약연기가 눈이 쓰리게 달려들었다.

《끝내 전쟁이 일어났다.》는 소문이 급속한 전파력을 가지고 송악산 뒤계선의 소릉리사람들속에 퍼져나갔다. 그도 그럴것이 송악산은 물론 38도선의 모든 접경지역에서 이번과 같은 대규모적인 침공행위는 처음이였다. 292. 1고지의 토목화점들과 차단물들이 적들의 박격포탄에 날아났고 아군은 뒤계선의 막은문 은페지로 퇴각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인원을 증강하여 고지는 인차 탈환했다고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적들의 전쟁마차가 어느 정도 가까이 왔는지 누구나 명백히 느낄수 있었다.

쏘련에서 돌아오시자마자 그이께서 받으신 보고속에는 성진제강소의 원철로를 없애버렸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지만 송악산전투상보처럼 커다란 우려를 자아내는 도발자료들도 적지 않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결성의 필요성을 더욱더 절감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수십일간의 먼 외국방문길에서 쌓인 피로를 푸실 사이도 없이 민주독립당 위원장인 홍명희와 외무상겸 부수상인 박헌영을 집무실로 부르시여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결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책안들을 토의하시였다. 조국전선결성은 어디까지나 여러 정당, 사회단체들의 회합이였으므로 우선 남조선민전의 중심이라고 할수 있는 남로당의 박헌영과도 의논을 하시려는것이였다.

홍명희와는 이미전에 초보적인 토의가 있었지만 작달막한 몸집에 안경을 코에 건 박헌영은 북조선민전과 남조선민전을 합쳐야겠다는 김일성동지의 말씀을 듣고 고개를 기웃거렸다.

《민전을 합치는건… 심중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북과 남에 민전이 따로따로 존재해온것은 북과 남의 사회정치적환경이 판이하고 따라서 활동목적이나 행동방식 같은것도 서로 다르기때문에 그리된것이 아닙니까.》

박헌영의 주장에도 일정한 론거는 있었다. 북조선에서 민전은 새 조국건설을 위한 민주개혁수행공정에서 결성되고 공고발전되였다. 해방직후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성된 주객관적정세와 통일전선운동의 필연적요구를 깊이 통찰하신데 기초하시여 각 정당, 사회단체들의 단결과 협조를 더욱 강화하기 위하여 민주주의 정당, 사회단체들의 상설적협의 기관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위원회를 결성할데 대한 방침을 제시하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제시하신 방침에 따라 1946년 7월 22일 북조선 민주주의정당, 사회단체 대표회의에서는 북조선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 중앙위원회를 창설하였다. 뒤이어 이해 8월까지 각 도, 시, 군들에도 민전 각급 위원회들이 조직되였다. 북조선민전의 사회정치적기초는 로동계급과 농민의 튼튼한 동맹이였으며 그의 지도적력량은 북조선로동당이였다. 북조선민전의 임무는 모든 애국적민주력량을 단합시켜 조국의 통일독립과 나라의 민주주의적발전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하는것이였다. 600여만의 각계층 애국적인민들을 결속한 북조선민전은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과업을 수행하고 혁명적민주기지를 공고히 하며 조국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투쟁에서 커다란 역할을 놀았다. 그러나 당시 미제의 남조선강점으로 말미암아 북과 남에 조성된 사회정치적조건은 판이하였다. 따라서 북과 남에 존재하는 정당, 사회단체들은 호상간의 단결과 협력을 이룩하여 통일적중앙정부를 수립하고 새 조국건설을 다그치기 위한 투쟁을 북과 남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속에서 제각기 벌려나가야 하였다. 그러다나니 민전조직들도 북과 남에 따로따로 존재하게 되였고 당면하여 진행하여야 할 사회정치적활동이나 그 방식도 서로 다르게 될수밖에 없었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바로 그렇기때문에 이제는 북과 남에 제각기 존재하던 민전조직들의 활동목적을 하나로 일치시키고 하나의 통일적인 조직체계에 따라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데 대하여 박헌영에게 차근차근 해설해주시였다.

《언제 어느때나 사회정치적조건과 환경은 고정불변해있지 않고 부단히 변화되는 법입니다. 때문에 그에 맞는 새로운 전략전술을 부단히 따라세워야 합니다. 지금 남조선민전단체들은 적들의 후안무치한 폭행으로 말미암아 생사존망의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리승만은 〈북벌〉을 위한 사전준비로 후방의 공고한 안정을 떠들면서 남로당은 물론 남조선민전안의 모든 좌익세력들에 대한 탄압을 고압적으로 강행하고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바로 남로당지도부에 있는 일부 사람들이 남조선에서의 유격활동이라는 로선을 코에 걸고 이러저러한 기회에 무모한 무장활동을 조직전개함으로써 리승만에게 애국자들을 탄압할 좋은 구실을 주고있다는것은 앞에 앉은 본인의 체면을 생각하여 까밝히지 않으시였다. 유격활동도 시기별특성에 따르는 옳바른 전략전술을 세우고 매사에 빈틈이 없는 전투조직을 짜고들어야지 미국제무기로 무장한 괴뢰군이나 경찰대에 렬세한 유격대의 무장을 가지고 정면대결해서는 손실밖에 가져오는것이 없는것이다. 그러다나니 지금 남조선의 도처에서 무어진 유격대들이 적들의 끊임없는 《토벌》에 막대한 희생을 내고있었다. 사실상 남조선민전을 대표하는 남로당은 이미 쇠약해져 남조선의 통일운동을 지도할 능력을 상실하였고 이것이 남조선민전의 존재의 의까지도 의심하게 하고있었다. 게다가 남조선민전에 소속된 정당, 사회단체들은 물론 여기에 소속되지 않은 민주독립당, 근로인민당, 신진당, 사회민주당, 건민회 등의 홍명희, 백남운, 리영, 리용, 장권, 리극로와 같은 지도급인사들까지 4월련석회의때 북에 남아 공화국정권에서 사업하고있는 조건에서 남조선민전이요, 북조선민전이요 하면서 서로 갈라져있을 필요가 더는 없게 되였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미전부터 이러한 실태를 깊이 통찰하고계시였고 그래서 북과 남의 민전을 합칠 생각도 하게 되신것이였다.

《46년 7월에 북조선민전이 조직된것은 당시에 각이한 주장을 가지고 활동하는 북조선의 모든 정당, 사회단체들을 새 조국건설과 민주주의제도수립을 위한 투쟁에로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는데 이제는 나라도 창건되고 민전안에 소속된 여러 정당, 사회단체들의 단결도 충분히 이룩되였습니다. 때문에 이제는 북에서도 남에서도 목적은 오직 하나 나라의 통일을 위한 전민족의 협상과 단결입니다. 박부수상동무는 아직도 리해가 되지 않습니까?》

《네, 리해는 되는데 하지만 그런 경우 북과 남의 민전조직들을 이끄는 북로당이나 남로당이 서로 어떤 위치에 서야겠는지 하는겁니다. 민전은 하나인데 거기에 속한 로동당은 둘이나 있게 되지 않습니까.》

《옳은 의견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북남의 민전조직들을 합치는것과 함께 북과 남에 제각기 존재하던 로동당들도 하나의 통일적인 당, 즉 조선로동당으로 강화발전시켜야 합니다.》

《두 당을 합친단 말입니까?》

《이것은 력사발전의 합법칙적요구입니다.》

김일성동지, 저…》

박헌영은 무척 서둘러댔다.

《당을 합치는건 민전을 합치는것보다 더 복잡한 문제입니다. 그런 경우…》

김일성동지께서는 한손을 들어 그의 말을 제지시키시였다. 그가 지금 무엇때문에 안달아하는지 대번에 짐작이 가시였던것이다. 오래동안 파쟁을 일삼아온 버릇이 아직도 체내에서 빠지지 않아 남로당 위원장인 허헌도 박헌영에 대하여서만은 도리질을 하고있었다.

그렇다고 그를 그대로 내쳐둘수는 없으시였다. 지금은 조국전선을 결성하는데서 같은 리념을 안고있는 북조선로동당과 남조선로동당의 견해부터 일치시키는것이 중요하였다.

《박부수상동무가 무슨 말을 하자는것인지 알만 합니다. 그런 경우 어떤 문제들이 제기될수 있겠는지 다 생각해보았습니다. 당을 합친다고 해서 남로당이 북로당에 동거살림 들어온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터놓고 말해서 지금 북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의 위원장일을 내가 맡고있는데 난 두 당이 합당한 후에는 당위원장직을 기꺼이 내놓고 내각수상으로서 농촌이나 공장들을 돌아볼 생각입니다. 그러니 당위원장은 합당후에 발족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두 당의 정치위원들이 모여앉아 공정한 의견교환에 토대하여 추천하면 됩니다.》

홍명희는 당위원장직을 내놓겠다는 그이의 뜻밖의 말씀을 듣는 순간 흠칠 놀랐다. 그래선 안된다고, 조선로동당의 유일한 위원장은 오직 김일성동지 한분뿐이시라고 즉석에서 일어나 소리치고싶었다.

그런데 김일성동지께서 어느새 홍명희의 안절부절하는 모양을 눈치채고 그에게 미소를 보내시여 진정시키시였다.

장군님께서 조국전선결성에 얼마나 큰 의의를 부여하고계시였으면 당위원장직까지 내놓겠다고 하시랴 하는 감동에 잠긴 홍명희는 일개인의 지위나 직책 같은것은 애당초 안중에 두지 않고 오로지 나라의 운명만을 생각하시는 장군님의 웅지와는 대조되게 개인의 직위나 명예 같은데 잔신경을 쓰며 조국전선결성의 필요성에 까박을 붙이려는 박헌영에 대한 증오가 끓어올랐다.

장군님, 조국전선결성의 필요성은 더 이상 말씀하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는지 그걸 가르쳐주십시오.》하고 홍명희는 거의 웨치다싶이 말씀올리며 곁에 앉은 박헌영을 아니꼽게 쏘아보았다.

《좋습니다. 그럼 조국전선결성준비와 관련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난 먼저 홍명희선생을 비롯하여 북반부에 들어와있는 남조선 정당, 사회단체들의 지도인사들이 조국전선결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 사업에 동참하기 위한 합의를 이룩하는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합의가 이룩되면 그 정당, 단체들의 련명으로 조국전선결성에 관한 제의서를 북조선민전앞으로 보냈으면 합니다.》

김일성동지!》하고 박헌영이 또다시 머리를 기웃거렸다.

《말씀의 뜻은 알겠지만 홍명희선생의 민주독립당이야 남조선민전에 소속되여있지 않는 정치단체가 아닙니까. 민전을 합치는 일에 민주독립당을 비롯하여 민전밖에 있는 정치단체들까지 나설 명분이 없다고 봅니다.》

《명분이 있습니다. 이번에 결성하는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은 단순히 북과 남의 민전산하 조직들의 통합으로만 되여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해서는 조국전선결성의 의의도 없습니다. 우리는 나라의 통일을 바라는 북남조선의 모든 정당, 사회단체들을 여기에 망라시켜야 합니다. 좌익단체이든 우익단체이든, 민전안에 있든 민전밖에 있든 또 국내에 있든 국외에 있든 나라의 평화적통일을 진정으로 바라는 모든 정당, 사회단체들을 다 망라시키자는겁니다. 말하자면 이전의 민전조직보다 그릇을 더 넓히고 더 정연한 기구체계를 갖추자는겁니다. 정당, 사회단체들뿐만아니라 개별적인 정치인사들까지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조국전선결성의 이러한 취지를 알려주는 의미에서도 남조선민전에 소속되지 않았던 민주독립당의 홍명희선생이 이번 조국전선결성사업에 앞장서야 합니다.》

명철한 론리와 세밀한 분석으로 일관된 그이의 말씀을 부정할수 있는 근거는 더 있을수가 없었다. 홍명희는 조국전선결성을 발기하고 그 준비사업을 짜고드시는 장군님의 천재적인 예지에 감복하였다.

그럴수록 박헌영의 태도가 홍명희를 극도로 흥분시켰다.

장군님!…》하고 홍명희는 담화가 끝난 뒤 박헌영이 인사를 올리고 먼저 나가자 함께 나갈듯 일어섰다가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홍명희의 관자노리에서 피기가 가셔버렸다. 온몸의 피줄들을 깡그리 일으켜세운듯 가느다란 목덜미에서도 굵고 퍼런 줄이 꿈틀거렸다. 그는 박헌영이 나간 출입문쪽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지금 제가 여쭈는것을 한갖 늙은이의 노여움이라고만 보지 말아주십시오. 방금전에 그… 그 사람 태도를 보셨지요?》

참고있던 분노가 폭발한 홍명희는 평소의 자기를 잃고 마구 욕질을 할 차비였다.

《얼마나 좀스럽고 치사합니까? 나라문제를 토의하는데 제 개인생각부터 먼저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한 나라의 막중한 직책에 앉을수 있으며 장군님과 한길을 걸을수 있습니까. 력사에는 교훈이 있습니다. 저밖에 모르는 좀스러운 인간들, 처세술과 출세욕에 환장한자들은 서림이같이 간에 붙었다, 염통에 붙었다 하며 좋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해독을 끼치는 법입니다. 언젠가 허헌의장도 이자 그 사람에 대해 아무래도 색갈이 다른 사람같다며 제게 귀띔해준적이 있습니다. 남에 있는 김구, 김규식이들도 그렇고 피살된 려운형선생도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장군님, 저런 사람에겐 미련을 가질게…》

홍명희는 후들후들 떨고있는 두주먹을 몇번이나 쳐들었다가 내리웠다.

《미련을 가질게 조금도 없습니다. 장군님, 이제라도…》

김일성동지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돌아서시여 창가에 놓인 원탁에서 물병을 가져오시였다. 깨끗한 유리고뿌에 맑은 물이 차올랐다.

《선생님, 진정하십시오.》

홍명희는 그이께서 부어주신 물 한고뿌를 다 마시였으나 여전히 허연 수염이 삐주룩이 돋은 턱을 떨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자신께서도 물을 한고뿌 부어 달아오른 가슴을 식히시였다. 사실상 그이께서도 홍명희에 못지 않게 격분하시였다. 아니, 그보다 더 참을길 없는 진통을 누르고계시였다.

《진정하십시오, 선생님!》

김일성동지께서는 목단추를 헤치고 창가로 다가가시였다. 홍명희는 태연하게 창밖을 내다보시는듯 한 그이의 존안에 땀발이 돋고있는것을 보았다. 그것이 홍명희로 하여금 더는 격분을 터뜨리지 못한채 굳어지게 하였다.

집무실에는 침묵과 고요만이 깃들었다. 웬일인지 벽에 걸린 시계추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듯 했다.

홍명희는 잠시후에야 시계는 여전히 돌고있고 도간도간 울리는 시계추소리도 여전하다는것을 깨달았다.

《부수상선생의 심정은 나도 리해됩니다. 선생님은 청주감옥과 서대문형무소, 동아일보와 시대일보, 신간회시절을 거치며 인생을 사는데 필요한 충분한 경험과 교훈을 섭취하시였고 서림이 같은 변절자가 나오는 림꺽정소설도 그런 경험에 토대하여 집필하셨겠지요. 나는 왜놈들과 무장투쟁을 하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축적하게 되였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사람을 보는 눈이지요. 난 선생님이 진실하고 절개높은 애국지사라는것을 잘 알고있습니다. 선생님이 결코 그 어떤 개인적인 불만이나 증오때문에 분노하신것이 아님을 잘 압니다. 그리고 나 역시 박헌영과 같은 사람들이 종당에는 수습할수 없는 구렁텅이로 굴러떨어질수 있다는것을 우려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우리 혁명군에도 림수산이나 리종락이처럼 저 하나의 명예와 직책에 잔신경을 쓰다가 변절한 인간들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우리곁에는 우리와 색갈이 전혀 다른 사람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종파의 물에 젖은 사람들이 그 물을 한순간에 다 찌워낼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김일성동지께서는 목단추를 더 헤쳐놓으시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을 배척할수는 없습니다. 설사 그들이 정말로 우리와 한길을 가려 하지 않고 다른 꿍꿍이를 꾸밀수 있거나 심지어 이미전부터 딴길을 걸어오는 사람들로서 앞으로의 조국전선결성사업에 커다란 장애를 조성해놓는다 해도 말입니다.》

《그건 무엇때문입니까? 그런 사람 하나 없다고 조선의 운명이 찌그러지겠습니까?》

《그 말씀은 옳습니다. 손바닥 하나가 해빛을 막는다고 주위가 어두워지는건 아닙니다. 그가 없어도 우리 혁명은 잠시의 주춤도 없이 곧바로 전진할겁니다. 오히려 더 힘차게, 더 박력있게 나아갈겁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러시는겁니까?》

《어째서냐구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창가에서 물러나시였다. 홍명희의 앞으로 다가오시며 풀어헤쳤던 목단추를 하나하나 바로 채우시였다.

《통일을 위해서지요.》

《네?!》

《자주적이며 평화적인 나라의 통일을 위해서입니다.》

그이께서는 어조가 자못 격해지시였다.

《우리가 오늘 조국전선을 결성하자, 로동당들을 통합하자 하며 품을 들여 조직하는 모든 사업들이 결국은 나라의 통일을 위해서 작게는 개인들부터가, 좀 더 크게는 집단들이, 더 크게는 정당, 사회단체들이 단결하자는것이 아닙니까. 김구선생의 한국독립당은 북조선에 〈정치공작대〉까지 파견하여 우리의 귀중한 혁명가들을 테로하기까지 하였지만 우린 련석회의때 그와도 손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리념을 안고있는 로동당안에서 너냐 내냐 판가름할수가 있겠습니까. 지금은 리념때문에 또 개인의 그 어떤 출세욕때문에 소소하게 다툴 때가 아닙니다. 먼저 생각해야 할것이 있지요. 우린 진심으로 나라의 통일과 민족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과거의 원쑤들과도 손을 잡을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원쑤도 사랑하라는 종교적인 학설을 따르려는것이 아닙니다. 만약 민족애, 조국애를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리승만역적처럼 한사코 이 땅을 둘로 갈라놓고 전쟁의 재난을 불러오려는자들이 있다면 그때에는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것입니다. 선생님, 저의 심정을 리해하시겠지요?》

피기가 가셔졌던 홍명희의 얼굴이 이번에는 벌개졌다. 그는 김일성동지의 하늘같은 도량앞에 무릎을 꿇기라도 할듯 후들거리며 걸상을 밀고 일어섰다. 김일성동지께서 서둘러 책상을 에돌아 그의 앞으로 다가가시여 부축해주시였다.

《선생님, 내 말이 불쾌합니까?》

장군님, 장군님은 정말…》

홍명희는 허연 채머리를 흔들며 손만 내저었다.

《정말 장군님의 도량은 하늘도 다 담겠습니다. 하늘처럼 무한대한 그 도량앞에 이제 북남조선 전체 인민이 아니, 온 세계가 머리를 숙일겁니다.》

홍명희는 진정으로 그이의 앞에 머리를 숙여 인사를 드리였다.

그이께서 만류하시여도 그는 마지막까지 인사를 올린 다음에야 정중한 자세로 가보겠노라 아뢰였다.

그런데 김일성동지께서는 홍명희의 손목을 그냥 잡으신채 한가지 문제를 더 토의할것이 있다고 하시는것이였다. 홍명희는 조국전선과 관련하여 중대하게 제기되는 일이 있는줄 알고 긴장하여 접어놓았던 목책을 다시 펴들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웃으시며 적어넣기까지 할 필요는 없는 일이라고 하시였다.

《다른게 아니라 우리 집이 며칠전에 사업상 필요로 이사를 하다나니 원래 살고있던 집이 비여있습니다. 홍명희선생네는 대식솔인데 지금 살고있는 근화리집이 아마 비좁을겁니다. 그러니 지금 집은 맏아들네를 주고 우리가 살던 집으로 이사를 해야겠습니다. 이사조직사업은 이미 다 되여있으니 홍명희선생은 점심전에 집에 가서 가족들을 준비시켜주십시오.》

《네?!》

김일성동지께서는 깜짝 놀라며 그렇게는 할수 없다고, 자기는 지금 사는 집도 과남하다고 굳이 사양하는 홍명희의 늙은이다운 고집때문에 한참동안이나 설복을 하셔야 했다.

그이께서는 이미전부터 자신께서 쓰시던 집을 년로한 홍명희에게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시고 이사를 하면서 우정 가구며 이불이며 쌀, 심지어 모기장까지 그대로 두도록 하시였었다.

앞으로 조국전선결성사업에서 홍명희가 맡고있는 몫이 큰데 그가 가정생활에서 조금이라도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시려는것이였다. 어버이와 같은 그 다심한 념려를 모를리 없는 홍명희는 눈물이 그렁하여 장군님을 우러르다가 그이의 곡진한 권고를 더는 거절할수 없어 끝내는 이사를 하는데 동의하였다.

그 이튿날부터 홍명희는 장군님의 사랑과 믿음에 진정을 바쳐 보답하려고 허헌, 백남운, 리용 등 여러 인사들과 토론을 거듭하면서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을 결성할데 대한 남조선 정당, 사회단체들의 공동호소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호소문에서는 우리 조국강토가 통일되지 못하고 완전독립이 지연되고있는 근본책임이 자기 군대를 철거시키지 않고 남조선을 식민지화, 군사기지화하려는 미제국주의자들과 그 주구 리승만도당에게 있다는것을 밝히였으며 쏘련은 다른 민족들의 자주권과 민족적자결권을 존중하는 원칙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의 요청에 따라 자기 군대를 철거한지가 벌써 오래되였다는것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선인민들의 당면한 긴절한 과업은 하루속히 미군을 우리 강토로부터 철퇴시키는것이며 조국의 국토를 통일시키는것이라는것을 밝힌 이 호소문이 내외에 공개되면 남조선에서 《국회》와 《유엔조선위원단》을 통한 미군철거투쟁을 벌리고있는 김구나 조소앙을 비롯한 애국인사들에게도 커다란 도움이 될수 있을것이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으시였다. 특히 나라의 운명을 위해 목숨걸고 투쟁하는 통일혁명가들, 감옥과 죽음도 두려움없이 싸워나갈 결의에 충만된 진보적인사들과 청년들, 애국적군인들에게도 커다란 고무로 될것이였다.

그이께서는 폭압이 살판치는 땅에서 힘겨운 전투를 벌리고있는 그들을 어느 한시도 잊지 않고계시는것이였다.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Google+로 보내기
evernote로 보내기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mypeople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이전페지   다음페지

도서련재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55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54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53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52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51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50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49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48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47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46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45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44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43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42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41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40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39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38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37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36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35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34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33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32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31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30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29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28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27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26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25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24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23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22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21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20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19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18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17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16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15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14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13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12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11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10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9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8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7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6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5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4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3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2회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소설 ​《보루》​ 제1회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