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회)

 

제 1 장

4

 

김일성동지께서는 룡당포의 경비초소를 다녀가신 후 2일간에 걸쳐 진행된 북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3차회의에서 현시기 당조직들앞에 나서는 과업들에 대하여 가르치심을 주시고나서 각 도, 시, 군당위원장 련석회의를 특별히 소집하도록 하시였다. 일군들이 현정세에 대한 보다 옳바른 리해를 가지는것이 절실하다고 보시였기때문이였다. 여기서 기본은 쏘미 량국군대의 철거와 관련한 문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쏘련군대가 철수하기때문에 미군도 자연히 남조선에서 철수하리라는 기대가 적지 않은 사람들속에 퍼져있다는것을 느끼고계시였다. 이것은 사실상 쏘련군의 철거로 우리의 방어진지가 뭉청 무너져나가는것처럼 생각하는 패배주의사상의 변종이고 그 후과라고 볼수 있었다.

그래서 회의에서 일군들에게 명백히 말씀해주시였다.

《미국은 지금 자기의 군대를 남조선에 영구주둔시키고 우리 나라를 저들의 식민지로 만들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책동하고있습니다. 쏘련군대가 철수한다고 하여 그 수단과 방법들이 점잖아지리라고 생각하는것은 오산입니다.》

장내에 술렁거리는 소음이 퍼져나갔다. 그이의 말씀은 이제부터는 우리가 단독으로 미국과 맞서야 한다는것을 선포하시는것이나 같았던것이다.

앞줄에 앉아있던 강원도당위원장이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나서 자리에서 조심히 일어났다. 그는 해방직후 조국에 나온 쏘련출신 일군이였다.

《저… 그런데 지금 일부 사람들속에서는 붉은군대가 철수하는것은 우리와 쏘련과의 관계가 악화되였기때문이고 또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앞으로는 불피코 쏘련정부가 우리 정부를 멀리하게 될것이라는 소문이 돌고있습니다. 정말 미군이 그냥 남조선땅에 주둔해있게 된다면 우리도 생각을 달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쏘련군의 철거를 중지시키든가 적어도 연기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소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즉석에서 그의 말을 일축해버리시였다.

《그건 반동분자들이 퍼뜨리는 요언이요. 도당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반동놈들의 그런 악선전을 입에 올려서야 되겠소? 쏘련군대가 우리 나라에서 철거한다고 하여 결코 우리 나라와 쏘련과의 관계가 멀어지는것은 아니요. 쏘련군대가 철거한 다음에도 조쏘량국 인민간의 친선단결은 변함없이 강화될것이요. 그러나 오늘 우리 인민들에 대한 정치교양사업에서 중요한것은 우리 인민이 자체의 힘으로 조국의 통일과 부강한 민주주의자주독립국가건설을 할수 있다는 신심을 확고히 가지도록 하는것이요. 그렇소. 우리를 지지하고 성원하는 강력한 우방이 있다고 하여도 제 집대문은 제가 지켜야 하고 제 집문제는 제가 처리해야 하는거요. 자기 힘을 믿지 못하면 혁명년한이 어떻든 직위가 어떻든 변질과 타락의 구렁텅이에 떨어지게 되고마오. 각급 당단체들은 전체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자체의 힘으로 부강한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할수 있다는 신심을 가지고 분발해나서도록 하여야 하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사업이 한두번의 해설이나 강연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것을 알고계시였다. 또 회의에 모인 일군들자체도 아직은 우리의 힘으로 나라의 통일문제나 경제사업 같은 중요국가과제들을 해낼수 있겠는지 똑똑한 신념을 가지고있지 못하고있다는것도 알고계시였다.

회의가 끝난 후 그이께서는 또다시 현지지도의 길에 오르시였다. 무엇보다먼저 정세가 첨예한 38연선지대 인민들부터 정치사상적으로 튼튼히 준비시키고 경제문화사업을 비롯한 모든 사업에서 전환을 일으켜 지역을 튼튼히 꾸려야 하였다.

강원도 철원군으로 향하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운전사에게 차를 돌려 황해도 금천군에 들려보자고 하시였다.

며칠전 룡당포에 나가시였을 때 만나보시였던 변익수라는 부소대장청년의 고향에 가보실 생각이였다. 물론 그이께서는 단지 현지지도길에서 만나보시였던 한 경비대원과의 약속을 지켜 그의 고향소식을 알아봐주자는 생각에서만 그곳으로 향하신것은 아니였다.

금천일대는 38연선과 린접해있으면서 남쪽으로는 군사전략적요충지인 송악산을 끼고있고 북쪽으로는 여러개의 큰 도로와 철길까지 가지고있는 교통상 중요분기점으로서 황해도에서도 특별히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지역이였던것이다.

례성강의 지류인 구연천과 시변천, 미당천의 합수목을 끼고있는 서천면의 시변리는 금천읍에서 동북쪽으로 수십리 떨어져있었다. 벌방지대인 황해도에서는 찾아보기가 드문 산골이였다.

승용차가 시변리의 어느 한 뚝길에 천천히 멈춰서자 뙈기뙈기 널려져있는 논과 밭에서 가을걷이에 여념없던 농민들이 맨발로 달려나와 만세의 함성을 올리며 차에서 내리시는 그이의 가까이로 모여들었다.

그이께서는 몸이 말을 잘 듣지 않아 제일 나중에야 달려와 큰절을 올리려는 한 로인의 손을 서둘러 잡아주시였다.

허연 채수염을 기른 로인의 주름깊은 눈귀로 어느새 맑은것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 주름많고 고박하고 농사일에 꽛꽛해진 모습이 만경대에 계시는 할아버님을 련상케 하여 가슴이 젖어들고 친혈육의 심정으로 로인을 비롯한 이곳 농민들의 살림살이형편을 더듬어보게 되시였다.

그이께서는 사방 둘러막힌 산발을 이윽히 둘러보시였다. 벌방지대인 황해도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이곳에는 곳곳에 산과 둔덕뿐이고 농사지을 땅이 다른 곳에 비해 그리 넓지 못했다.

그이께서는 뚝길을 내려 손에 잡히는 벼대를 하나 골라 벼알들을 세여보기도 하시고 무게를 가늠해보기도 하시였다. 지금껏 다녀보신 다른 농촌마을들에 비해볼 때 확실히 벼가 충실치 못하고 포기당 벼알의 알수도 많지 못했다.

장군님께 큰절을 올리려던 로인이 채수염을 흔들며 그이를 따라 논에 들어섰다.

장군님, 일없습니다. 벼가 좀 성글어보일수 있는데 그래도 우리에겐 대단한겁니다. 세월이 좋아 례년에 없는 풍작이 들었다고들 말하지요.》

《그러니 벼가 잘되지 못했다는걸 로인님도 인정하고계신다는거지요. 물론 해방전에 비하면야 이만해도 대단하지요. 해방전에 비하면야…》

그이께서는 구태여 물어보시지 않고도 벼가 잘 안된 원인이 논물을 제때에 대주지 못해서이라는것을 알수 있으시였다. 부침땅면적이 적은 이런 고장일수록 단위면적안에서 소출을 더 많이 내야 하는것이다.

그이께서는 자신의 곁에 붙어선 로인을 부축하고 뚝길우로 올라서시였다. 거기서는 뒤늦게야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곳 정권기관 일군들이 어쩔바를 모르고 서성거리고있었다.

그들의 가까이로 다가가시여 너무 죄스러워서인지 고개를 제대로 숙이지조차 못하고 허둥거리고있는듯 한 벼이삭들을 가리키시였다.

《동무들, 우리가 9월 9일에 공화국창건을 선포했다고는 하지만 나라의 부강번영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아직도 허다하오. 그런데 지금 내보기에는 여기 시변리인민들의 생활형편이 다른 지방 사람들보다 뒤떨어져있습니다. 제한된 부침땅과 충실치 못한 벼이삭들을 보면 다 알립니다. 부침땅면적을 결정적으로 늘여야 합니다. 논면적을 확장하고 벼의 수확고를 높이기 위하여 정부는 국가적자금에 의한 관개공사를 적극 진행하는 동시에 농민들이 자체의 힘으로도 관개시설을 많이 건설하도록 적극 장려하며 방조할것입니다.》

그이께서는 지금 평안남도에서는 드넓은 안주벌의 관개체계를 완성하기 위해 대규모적인 공사가 벌어지고있다고 하시면서 여기 농민들도 관개공사에 뛰여들어 자기들의 생활을 자기의 손으로 향상시켜야 한다고 하시였다.

《그러니 농민들이 모두 합심하여 관개공사부터 힘있게 내밉시다. 옛날부터 논물욕심엔 친구가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로인님… 어떻습니까? 혹 제가 경험많으신 로인님의 생각과는 어긋나게 생각하는건 아닌지…》하고 그이께서 채수염로인을 돌아보시자 로인은 펄쩍 놀라며 머리를 깊이 수그렸다.

《어쩌면 장군님께선 우리 농군들 살길을 그리도 잘 헤아려주십니까. 정말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논에 물이 충분해야 벼가 잘 자란다는거야 누구나 알고있는 상식이지요. 문제는 농민들이 오늘에 만족하면서 그쯤하면 일없으니 안먹고 안하는게 낫다는 식의 낡은 사상관점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로인님 같은분들이 잘 일깨우고 도와주는데 있습니다. 우리의 생활은 우리의 손으로 더 새롭게, 더 멋있게 창조하고 꾸려나가야 합니다. 누구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데도 없고 또 그런 버릇이 붙어도 안됩니다. 관개공사뿐아니라 이 고장엔 산이 많으니 축산을 대대적으로 하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이렇게 시변리농민들이 나아갈 길을 하나하나 밝혀주신 그이께서는 감격에 겨워하는 군중들을 정겨운 시선으로 바라보시다가 혹시 여기에 38경비대에 변익수라는 사위감을 입대시켜 내보낸분이 없는가고 물어보시였다.

사람들이 저마끔 뒤를 돌아보며 한동안 떠들썩했다. 한참만에 누구인가가 사람들을 헤가르며 그이앞으로 걸어나왔다.

《석고명이라고 제 옆집에 사는 령감의 딸이 그 변익수와 좋아합니다. 그 딸의 이름은 석반월이라고 아근에선 그래도 그중 인물도 잘나고 성품도 좋은 애입니다. 그런데 그 딸은 지금 해주에 나가 공부를 하고있고 고명이 그 사람도 오늘 마누라와 같이 저 령너머에 있는 교회당에 례배보러 갔습니다. 그래 그 집식구들이 여긴 한사람도 없습니다.》

《그래요? 그러니까 그분도 해방전에 이 일대에 퍼져있던 감리교의 신자인 모양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변익수의 장인될 사람이 신자라는것이 그이께는 저으기 뜻밖이시였다. 어쩐지 서운하시였다. 신자라는 그것이 서운한것이 아니라 쉽지 않게 차례지는 이번과 같은 기회에 익수의 장인될 사람을 직접 만나 사위감의 칭찬을 해주려고 하시였댔는데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무척 아쉬우시였던것이다.

《오늘 저녁에라도 석고명농민을 만나거든 사위감이 경비대생활을 아주 잘한다는것과 얼마전에 38도선을 넘어 들어오려던 미군놈들을 쫓아버려 큰 공훈을 세운 그를 내가 직접 만나보았다는것을 전해주십시오. 훌륭한 사위감을 두었다고 내가 칭찬해주더라고 말입니다.》

《네, 제 오늘중으로 꼭 전해주겠습니다.》

옆집에 산다는 그 농민은 마치 자신이 칭찬을 받은것처럼 감격과 흥분에 겨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올렸다.

《익수동무에게 편지를 쓰라고 하십시오. 이제 너의 고향에서도 전변이 일어날거라구 말입니다. 우리도 경비대병사들에게 짝지지 않게 일을 더 많이 할것이라고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고명이 그 사람이 장군님 다녀가신 소식을 들으면 당장 필을 들구 딸과 사위에게 편지를 쓸겁니다.》

《비단 익수동무에게만이 아닙니다.》하고 그이께서는 사람들을 향해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여기는 38도선이 가까운 곳인데 경비대원들을 친혈육처럼 잘 도와주는것이 중요한 문제로 나섭니다. 우리의 주권과 우리의 땅, 우리의 모든것이 저절로 지켜지고 유지되는것은 아닙니다. 지금 발전하는 우리의 현실을 눈에 든 가시처럼 여긴 반동놈들과 계급적원쑤들이 전쟁을 하자고 별의별 흉책을 다 쓰고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여러분모두가 분발하여 농사도 잘 짓고 인민군대와 38경비대 동무들에 대한 원호사업도 잘해야 합니다. 그들이 없으면 우리 나라는 전쟁의 불길속에 잠기게 됩니다.》

그이의 말씀을 제일 가까이에서 듣고있던 한 농민이 무척 놀란듯 한 표정을 짓더니 무엇인가 리해가 되지 않는듯 뒤더수기를 쓸어만지며 쭈밋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재지 말고 의문되는것이 있으면 어서 말씀하십시오.》

그이의 소탈하신 말씀에 그 농민은 용기를 얻고 떠듬떠듬 자기 생각을 말씀드리였다.

장군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소문을 들으니 남조선에서도 거 뭐라던지… 참, 미국군대가 인차 제 나라로 돌아간다고 하던데…》

《물론 미국이 자기의 국제적의무에 충실하자면 응당 군대를 철수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미군은 절대로… 절대로 조선에서 스스로 물러나려고 하지 않습니다.》

말씀을 하시는 동안 김일성동지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져 안광에 분노를 실으시였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땅에서 쏘련군대를 철수시키고있습니다. 왜? 민족의 자주권을 위해서입니다. 자주권을 잃으면 나라는 언제 가도 평온할수 없으며 더우기 우리 나라에서는 외세의 간섭책동을 짓부시고 자기의 자주권을 고수하지 못한다면 분렬된 강토를 통일할수 없기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우리는 우리자신의 힘으로 농사도 건설도 해야 하고 여러분들 자신의 힘으로 자기의 고향땅을 지켜내야 합니다. 바로 여러분들의 근면하고 성실한 손으로 이 땅을 나쁜 놈들이 함부로 롱락할수 없는 요새로, 또 적들의 책동을 단호히 짓부실수 있는 보루로 꾸려야 합니다. 난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내 후에 여기 꼭 다시 들리겠습니다.》

또다시 울려퍼진 만세의 환호성… 울며 따라서는 농민들을 뒤에 두고 떠나시는 장군님의 마음은 결코 개운하지 못하시였다.

지금 38도선너머 남쪽땅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있는지… 조선반도를 기어이 타고앉을 야심에 충만된 원쑤들이 어떤 음모를 꾸미고있는지. …

아기도 태여난 그해 겨울이 제일 춥다고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제 다가올 1949년이 지나온 다른 해들에 비해볼 때 한결 더 엄혹한 시련의 나날로 되리라는 예감에 마음이 무거워지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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