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 회)

 

제 6 장

6

 

인간은 삶과 투쟁에서 때로는 한순간을 결정하는데, 한발자국을 움직이는데 온 생애와 귀중한 생명을 겨룰수도 있다. 자신의 삶보다 그 무엇인가 그가 믿고 사랑하는것이 더 귀중하고 아름다울 때 인간은 자기의 생명을 서슴없이 내댈수 있는것이다. 혁명에 대한 충성과 조국에 대한 사랑, 동지에 대한 믿음이 인간을 위대하게 하고 나아가서 사회주의붉은기위업에 대한 락관을 드팀없는것으로 만드는것이다.

하기에 이 모든것, 혁명과 조국과 동지에 대한 인간의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은 그것을 하나로 집대성하여 행복과 승리에로 이끄는 수령에 대한 숭배와 열광으로 승화되는것이다. 승리의 진격로를 여는데 한몸내댄 빨찌산영웅 김진이 그러했고 조국을 위하여 불뿜는 적의 화구를 가슴으로 막은 전화의 영웅 리수복이 그러했고 혁명동지를 구원하기 위해 생명을 바친 동지애의 영웅 김광철이 그러했다. 그들은 력사에 이름과 빛나는 정신을 남긴 인간들이였다. 그리고 그들은 다름아닌 군인들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추격기비행사영웅 길영조가 남기고 간 학습장을 유심히 펼쳐보시며 좀처럼 사색에서 벗어나지 못하시였다.

김진과 리수복 그리고 김광철과 함께 수령결사옹위의 숭고한 모범을 보인 길영조는 우리 병사들에게 무엇을 심어주는가. 그들은 다 한순간, 한찰나를 위해 귀중한 생명을 내댔고 그 한순간에 자기의 모든것, 신념과 의지에 기초한 영웅적행동을 결정했다. 그것은 한순간의 결심채택이였으나 그들의 한생이 마련한 총화였고 열망이였다. 했기에 그들은 응당하게도 조국과 인민의 기억속에 사는 영생의 언덕에 올라설수 있었다.

한순간과 한생! 실로 그것은 의미깊은 대조였고 동시에 하나로 융합된 혁명적인생의 세계였다. 그들은 그 한순간에 이미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시인들은 그들이 한순간에 걸어간 걸음들을 두고 예술적사색을 많이 하는것 같다. 시인들의 관찰과 취재에 근거한것이겠지만 리수복은 열다섯발자국을 걸어갔다고 한다. 하다면 김광철은 그자리에서 몸을 날렸으니… 하다면 길영조는?

(길영조영웅은 하늘에서 단 한걸음도 발걸음을 짚을수 없었다.

아니다. 그들은 결코 몇걸음의 행동으로 영웅이 된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 삶의 전구간을 꾸준히 참되게 걸어 그 빛나는 결승선에 들어선것이다!…)

리수복… 가슴에 사랑과 꿈, 미래에 대한 랑만이 없는 인간은 시가 있을수 없고 시가 없는 인간은 결코 영웅적위훈을 세울수 없다.

비록 한수의 시를 남기지 못했다해도 그런 영웅은 자기의 피로 이 땅에 시를 쓴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학습장을 펼치시고 이미 낯이 익은 길영조의 시를 천천히 읽어보시였다.

 

          …

          사랑하는 조국을 위하여

          땅에서 받은 생

          하늘에서 빛내갈 신념

          날이 갈수록 더욱 굳어만지나니

          위훈이 없이는 결코

          보금자리로 돌아갈수 없는

          나는 하늘의 결사대

          태양의 빛을 받아 빛나는 별!

          …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는것을 느끼시였다.

땅우에서 받은 생을 하늘에서 빛내겠다는 구절이 이상하게 심장을 쿵쿵 두드리는것 같다. 길영조는 시인이 아니였는데 어찌하여 그의 시가 이토록 감동을 주는것인가. 그가 발휘한 위훈이 거기에 보이지 않게 깔려있어, 아니면 그것이 보는이의 감정세계를 가미하여 승화시키기때문일가?

시가는 산문과 다르다. 그것은 먼저 가슴에 와닿고 그다음 머리로 옮겨져야 한다. 시는 먼저 심장에 불을 달아야 한다. 길영조의 시가 순간에 사람의 심장을 울려주고 가슴을 두드리는것은 무엇때문인가.

김정일동지께서는 학습장을 책상우에 내려놓으시고 교양실을 나서시였다.

비가 구질구질 내리고있었다. 그이께서는 하늘을 올려다보시였다.

구름층이 깊어보이고 강한 바람이 머리우를 성급하게 지나간다. 아직 어둠이 깃들지 않았으나 주위는 비구름이 석양을 가려서인지 어둡다.

비에 젖은 아득한 활주로가 어스름속에 번들거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책임부관이 들고온 우산을 가볍게 사양하시고 유진성대장곁에 서있는 공군지휘관을 일별하시였다.

《비행사들이 길영조의 시를 좋아합니까?》

《예, 다들 수첩에 옮겨 베껴 가지고다닙니다.》

《길영조는 속이 깊은 비행사였소.》

《요즘은 인민군공훈합창단이 형상한 그의 노래가 나올 때면 다들 텔레비죤앞에서 떠나지 못합니다.》

《아, 비행사의 노래! 그 노래의 가사가 인상깊소. 우리의 날개우엔 태양이 있고 우리의 날개아래 평양이 있다! 얼마나 명백하면서도 뜻이 깊은가. 길영조답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두팔을 엇걸으시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시였다.

그이께서는 이 순간 컴컴한 구름층너머 밝은 해빛이 차넘치는 빛나는 창공을 바라보고계시였다. 언제나 푸른 하늘에 마음을 얹고사는 비행사들의 심정을 헤아리고계시였다. 그런 랑만과 충정과 자부심을 안고 살기에 준엄한 시각엔 서슴없이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하려 불타는 심장을 바쳐가는 나의 매들이 아니겠는가.

비행사식당과 침실을 일일이 돌아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활주로에 나서시였다.

《부대장동무, 전번 비행대출동훈련때 보니 공군에 대해 이제는 마음을 놓을것 같습니다.》

젊은 부대장의 눈에 비행사특유의 자부심과 솔직성이 그대로 비껴 얼른거린다.

《사실 처음에 저희들은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받아안고 너무나도 통이 큰 작전이기에 속으로 놀랐습니다. 하지만 순식간에 우리 비행기들은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라 위력비행을 시작했습니다.》

부대장의 곁에 서있던 다부진 몸매의 차수가 두손을 모아잡았다.

《미제침략군과 일본자위대가 대경실색했습니다. 급기야 남조선주둔 공군과 함께 오끼나와기지 전술기들이 대응하여 하늘에 올랐으나 이미 그것은 우리 비행대가 기지에 착륙한후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만족하시여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시였다.

《그게 바로 우리가 노리던겁니다. 미제의 공중타격대는 그때 이미 전술적으로 한수 뒤졌거든.》

인민군지휘성원들의 얼굴에 배포유한 미소들이 가득 실려 넘실거렸다.

《이번에 우리의 인공지구위성 〈광명성1호〉가 발사된후 세계는 다시한번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위성을 제일먼저 포착한것은 로씨야였습니다. 그것때문에 미국방성은 아우성을 쳤습니다.》

유진성의 설명에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큰집이 무너지며 삼년 간다지 않습니까. 우리가 예견하건대 지금 로씨야의 정치정세로 보아 반드시 무쇠주먹을 가진 세력이 등장할것 같소. 원래 슬라브민족이 남에게 억눌려사는 하인처지를 죽어라 하고 싫어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비범한 예지가 번쩍이는 안광으로 어딘가 멀리 활주로기슭을 바라보시였다.…

야전승용차가 함대사령부쪽으로 한참 달리고있을 때 무선통신을 받은 유진성이 근심스러운 눈길을 들었다.

《무슨 일이요? 진성동무!》

최고사령관동지, 지금 바다에서 폭풍이 더 세차지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놀라시며 뒤를 돌아보시였다.

《가만, 새벽부터 걱정스러웠는데 그 최남호동무네 함선에선 소식이 있습니까?》

《지난 밤에 통신련락이 끊어진 때부터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눈을 가늘게 쪼프리시였다.

《대책은 세웠소?… 폭풍속에 우리 병사들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겠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창밖을 내다보시며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시였다.

《이미 공군과 해군부대들에 지시를 내렸습니다. 비행대와 전투함선들이 경계태세에 들어가고 불리한 날씨지만 탐색비행을 진행하고있습니다.》

《음, 잘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불안해지는 마음을 도무지 진정할수 없으시였다.

최남호에 대한 생각이 집요하게 뇌리를 파고드시였다.

전파가 끊어졌다는것은 함선이 폭풍에 조난당했다는것을 의미할수도 있다. 무엇인가 불길한 예감이 자꾸만 드시였다.

사람이 너무 일에 욕심을 부리더니 무슨 일을 치는게 아닌가. 어제 전화로 만나보았지만 어쩐지 요즘 그가 사업과 생활에서 무엇인가 급하게 서둘러 돌진한다는 인상이 드시였다. 물론 사람은 하루를 천년맞잡이로 당겨살고 천금보다 귀중한 시간을 최대한 아낄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조급해서는 안된다. 혁명앞에 자기의 과오를 씻으려고 늘 훈련현지에 나가살면서 아글타글 애쓰며 몸부림치는 그의 심정과 진정을 모르시는바 아니였다.

그의 고지식하고 자신에 대한 가혹할 정도의 무자비한 반성을 두고 인간적인 긍정과 함께 우려를 가지셨던 그이이시였다.

창밖에서는 폭우가 쏟아져내리고있었다. 이따금 퍼런 번개불이 하늘을 찢군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정을 바꿀것을 지시하시였다.

야전승용차는 비바람속을 뚫고 함대사령부가 자리잡고있는 군항으로 달렸다.

사나운 폭우가 바람에 밀려 차창을 마구 때렸다.

물줄기가 차창을 후려치면서 좔좔 흘러내린다.

어둠과 비바람에 잠긴 길옆의 숲들이 솨- 솨- 소리를 내며 세차게 설레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순간이나마 쪽잠에 들고싶었으나 눈을 감으시면 오히려 정신이 또릿해지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산처럼 겹쳐드는것이였다.

차창밖으로 배낭을 무겁게 진 녀성들이 총총히 새벽길을 걷는 모습이 보였다.

최남호생각과 함께 우리 인민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가슴속에 조수처럼 밀려든다. 그이께서는 마음이 알싸하시여 두눈을 감으시였다.

그렇다. 아직 식량과 전기사정이 풀리지 않고있다. 불꺼진 공장굴뚝들에는 몇해째 연기가 없다. 렬차는 달리다가도 오래동안 정차하며 전기를 기다린다. 엄혹한 《고난의 행군》에 단련된 려객들은 이 모든 불편과 고생을 조금도 탓하지 않고 말없이 렬차에서 내려 《야전식사》준비를 서두른다. 간혹 젊은축들은 오락회를 열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요즘 새로 류행된 군중무용판을 펼쳐놓기도 한다.

우리 인민이 겪은 《고난의 행군》- 그것은 하나의 큰 전면전쟁과 맞먹는 준엄한 시련이였다. 원쑤들은 울리지 않는 총포성으로 이 크지 않은 대지를 페허로 만들고있다. 이 엄혹한 난관을 뚫느라 인민이 고생을 하는데 어찌 령도자라고 고생이 없겠는가. 아니, 그이께서 벌써 몇년째 쪽잠에 줴기밥으로, 색날고 보풀이 인 전투복으로 조선의 산과 들을 누비며 병사들속에서, 인민들속에서 해오시는 고생은 몇천만배로 더 큰것이였다. 20세기 말의 경난- 붉은기를 추켜들고나가는 정의로운 인민의 력사앞에 제국주의련합세력이 강요한 전쟁은 그처럼 희생과 시련, 곤난에 있어서 일찌기 그 류례를 찾을수 없는것이였고 그 파괴력과 고통에 있어서 레닌그라드봉쇄나 와르샤와폭격을 릉가하였다. 하지만 조선사람들은 다른 민족같으면 열백번도 더 손을 들고 나앉았을 그 험난한 고난의 길을 웃으며 걸어가고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그들의 진두에 불굴의 혁명의 수뇌부가 있고 그를 결사옹위하는 천만의 총대가 따르고있기때문이였다.

그이께서는 힘에 부칠 때마다 병사들속으로 그리고 자강땅으로 찾아가시군 했다. 자강땅, 북방의 눈보라…

힘들게 내짚은 걸음이였으나 그이께서는 가면 갈수록 발걸음이 가벼우시고 우리 인민, 자강도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정이 가슴속에 차넘침을 의식하시였다.

그들은 불굴의 인간들이였다. 혁명적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자력갱생의 참된 의미를 심장으로 자각한 억센 인간들이였다.

자강도를 찾으시여 장강땅의 북천강발전소를 돌아보셨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지였었다. 수행원들은 숙소로 돌아가실것을 안타까이 제기했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가보시겠다고 약속하신 공장의 하늘쪽을 이윽토록 바라보시며 발걸음을 떼지 못하시였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북방의 눈보라가 울부짖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허우대가 큰 강태혁을 돌아보시였다.

《아무리 늦었더라도 로동계급과의 약속을 어길수 없습니다.》

장군님, 벌써 여러개의 대상들을 현지지도하시였는데… 제가 공장일군들을 리해시키겠습니다.》

《허허, 리해시키는거야 뭐 그리 힘들겠소. 책임비서동무, 그저 내 마음이 내려가지 않아 그러오. 어쩐지 그들을 만나고싶구만. 천리길이라도 가야 하오.》

그렇게 찾은 공장이였다. 공장의 로동계급은 눈물속에 그이의 손을 잡고 놓을줄 몰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체로 만든 공장의 자동화흐름선을 깊은 관심속에 돌아보시였다. 조립직장에 들렸을 때는 체소한 몸으로 이악하게 기계생산을 다그치고있는 중년의 녀성작업반장과 담화를 나누시였다. 자체로 건설한 북천강발전소덕분으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계획을 미달하지 않았다는 작업반장의 말을 들으며 쏟아지는 제품들을 바라보시였다.

《정말 장합니다. 이 공장에는 남의것이 하나도 없구만.

이것이 바로 자력갱생의 산물입니다. 남에게 의존하는 병에 걸린 사람들이 이 공장을 보면 쇠몽둥이에 맞은것처럼 정신을 차리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녀성작업반장을 바라보시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장군님, 올해 년간계획을 꼭 수행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녀성작업반장의 그 결의가 조금도 빈말이 아님을 느끼시였다. 그이께서는 공장구내길로 걸음을 옮기시다가 다시 그 녀성작업반장을 돌아보시였다. 어쩐지 눈가에 그늘이져 보인다. 북천강기슭의 전기화된 55동 문화주택을 돌아보실 때에도 녀인의 눈가에 비꼈던 그늘이 끝내 내려가지 않으시였다. 그가 바로 김강인병사의 어머니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다른 대상에로 떠날 결심을 하시자 강태혁이 다시 황급히 앞을 막아섰다.

장군님, 벌써 밤이 깊었습니다. 이제는 쉬셔야 저희들도 면목이 섭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막아서는 그를 조용히 바라보시였다.

《그러지 마시오. 지금이 어떤 때입니까. 강행군시기가 아닙니까. 내가 앞장에서 나가야 인민이 따라서고 강행군이 성과적으로 진행되여 최후승리를 이룩할수 있습니다.》

북방의 눈보라가 차창밖에서 울었다.

깊은 밤이지만 겨울들판에는 이따금 홰불들이 타번졌다. 인민들이 북천강밤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손달구지로 거름을 나르고있었다.

차창에 비껴흐르는 인민들의 억센 모습이 뜨겁게 심중에 새겨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없이 뒤에 앉아있는 유진성대장과 강태혁을 돌아보시였다.

《생각같아서는 차에서 내려 저 인민들과 함께 걷고싶지만 시간적여유가 없는것이 유감입니다.

저런 인민들과는 하늘땅 끝까지라도 함께 갈수 있습니다.》

유진성과 강태혁은 눈길을 내리깔고 큰 호흡을 하며 아무 말도 못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야전승용차 뒤창을 눈여겨보시였다.

《뒤차들이 왜 보이지 않소?》

장군님, 그 동무들이 저에게 의견을 말했습니다. 장군님께서 타신 차가 너무 빨리 달려 따라오기 힘들다고말입니다.》

강태혁이 젖은 목소리로 겨우 말씀올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청청하게 웃으시였다.

《허허 참, 동무들보고 내가 뭐랬소. 오늘 새벽에 우리가 도착했을 때 스무개단위를 지도해달라기에 다 수락하면서 이틀간이라고 찍지 않았소. 그러니 시간이 없지 않나.

내가 탄 차가 너무 빨리 달려 동무들이 따라오기 힘들다는데 처음 떠날 때 내가 뭐라고 했소. 이번 길은 전에 없었던 강행군길이기때문에 신들메를 단단히 조이라고 하지 않았소.

이제부터 나를 따라다닐 기질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따라서지 않는것이 좋겠습니다.…》

…새벽녘에 총참모부와 함대사령부에서 긴급련락이 왔다. 표류되여 미제침략군과 조우했던 함선에서 련락군관이 도착했다는 보고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함대사령부에 도착하는 즉시 군항으로 나가시였다. 폭풍은 잦아들었으나 아직도 흰 물바래가 끓는 높은 파도가 방파제를 사납게 때리고있었다. 그이께서는 군항의 기슭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보통키의 함대책임일군이 절도있게 다가와 영접보고를 드리였다.

그이께서는 그의 손을 잡자 곧 물으시였다.

《그래 련락군관동무가 어데 있소?》

최고사령관동지! 저기 군항에 닻을 내리는 경비함이 그 동무를 바다에서 구원했습니다.

우리 비행대가 단신으로 헤염쳐오는 그 동무를 발견했습니다. 정말 불사신같은 동무입니다.》

새벽하늘을 원경으로 경비함의 검은 형체가 보였다.

이윽고 해병들의 부축임을 받으며 불에 타고 파도에 쩐 나들나들한 군복을 입은 소좌가 갑판을 내려섰다. 젊은 소좌는 문득 군항기슭에 서계시는 김정일동지를 발견하더니 그 자리에 우뚝 굳어져버렸다. 순간 비칠거리며 금시 넘어질듯싶던 소좌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절도있게 땅을 구르며 접근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서둘러 그 젊은 소좌앞으로 다가갔으나 그가 손을 들어 경례하는 바람에 주춤 멈춰서시였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동지! 참모 소좌 박신철 중요문건을 가지고 도착했습니다.》

《음, 박신철이… 해군정찰병!… 수고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손을 잡으시고 와락 품에 껴안으시였다.

《그래 함은 어떻게 됐소? 우리 병사들이 다 어디 있소? 최남호동무는?…》

김정일동지께서는 박신철의 험한 얼굴을 들여다보시였다.

그이께서 어깨를 흔드는대로 박신철은 몸을 맡기고있었다.

최고사령관동지!…》

《어서 말하오. 함선이 표류되였소?》

박신철은 눈물이 흐르는 얼굴을 번쩍 들었다.

《그렇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함선은 수리기지가 있는 군항으로 가던중 폭풍에 고장나 표류되여 적측수역으로 넘어섰습니다. 미제침략군놈들과의 가렬한 접전끝에 함선의 전투원들은 마지막순간에 모두 영웅적으로 자폭하였습니다.》

《뭐라구?!…》

박신철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폭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박신철의 어깨를 놓으시였다. 그이께서는 한동안 아무 말씀도 못하시고 박신철을 바라보시다가 천천히 돌아서시여 방파제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끌끌한 우리 해병들이 전사하다니… 이게 어디 될말인가. 최남호! 최남호가 희생되다니! 귀항하면 만나 꼭 기쁨을 함께 나누려고했더니… 동무가 그렇게 우리를 두고 가버린단말이요? 우리는… 작별인사도 나누지 않았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시고 비분에 잠겨 파도가 길길이 이는 먼 바다로 시선을 주시였다.

박신철이 어깨에서 원통형의 은빛철함을 내리웠다.

최고사령관동지, 우리 최남호부국장이 조국에 전하라는 마지막 극비문건입니다.》

《응, 최남호가…》

김정일동지께서는 갈리신 음성으로 외우시며 그 철함을 받아드시였다. 어쩐지 최남호가 살아서 돌아온것 같은 느낌이 들어 서둘러 철함의 마개를 트시였다. 바다물에 쩔어 잘 열리지 않았다. 책임부관과 함대책임일군이 마개를 틀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이 정히 펼쳐드는것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는것 같으시였다.

그것은 유지에 싼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초상화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래도록 최남호와 그의 병사들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며 생명과 바꾼 《극비문건》을 바라보고계시였다.

김정일동지의 눈굽에 맑은것이 고여 새벽노을에 빛났다.

이 순간 그이께서는 자신의 야전복주머니속에 간직되여있는 장령령장을 생각하시였다. 얼마전 훈련지도에서 혁명성을 발휘한 최남호에게 장령의 군사칭호를 다시 수여할데 대한 명령에 비준하신것이다.

그이께서는 최남호에게 자신께서 직접 군사칭호를 수여하고 축배를 함께 들려고 기다리시였던것이다.

(최남호!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요! 동무가 내곁을 떠나가다니!)

박신철이 괴로와하시는 김정일동지를 절절한 눈길로 우러르다가 유진성에게 돌아서서 띠염띠염 말했다.

《우리 동지들은 마지막순간 육탄이 되여 자폭하면서〈김정일장군 만세!〉를 높이 불렀습니다.》

해가 힘들게 솟아오르고있었다. 바다가 설레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무 말씀없이 해솟는 바다를 이윽토록 바라보시였다. 그이께서는 절절한 음성으로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그게 바로 우리 전사들이요!… 최고사령관과 운명을 같이하는 우리 인민군전사들이란 말이요!》

파도를 날리며 해풍이 불어왔다. 음산한 바다우에는 피빛노을이 아프게 비끼고 갈매기들이 불안스레 무리지어 날아올랐다. 영원히 안식을 모르는 장엄한 바다가 거세게 숨쉬며 기슭을 때리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인민군지휘성원들과 해병들을 향하여 돌아서시며 근엄한 표정을 지으시였다.

총창을 틀어쥐고 숭엄히 서있는 해병들의 가슴속에 분노의 활화산이 이글거리며 타번지고있었다.

노도가 일어서서 방파제를 세차게 때렸다. 천만물방울들이 부서지면서 창공을 뒤덮은 아침해발에 은빛으로 빛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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