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6

 

한명찬소대장은 훈련장의 수림속 진대나무에 걸터앉아 줄담배를 피우고있었다.

사흘전 새벽 한명찬이 회암봉의 망원초까지 돌아보고 귀틀집병실에 내려오니 문전초의 대원이 이상한 소리를 하였다. 밤중에 연미숙이 병실로 달려올라와 자기 방으로 들어갔는데 안에서 흐느껴우는 소리같은것이 났으며 참모장은 무슨 급한 일이 생겼는지 재봉대밀영쪽으로 넘어갔다는것이였다.

작식터로 내려가 안방문을 열어보니 방안은 깨끗이 정돈되여있으나 불길한 공기가 떠돌고 등잔이 방바닥에 떨어져 딩굴고있었다.

한명찬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아침에 연미숙이한테 참모장이 밤중에 왜 갑자기 재봉대밀영으로 갔는지 모르겠느냐고 물었을 때 그의 해쓱한 얼굴이 모든것을 다 설명해주는듯싶었다.

한명찬… 성미가 무척 괴벽하지만 혼기가 지난 남성으로서 알만한것은 다 알고있는 그는 자기가 여태 존경해온 혁명선배가 간밤에 작식터안방에서 무슨 일을 저지른것만 같은 의혹을 털어버릴수 없었다. 의심 하나만으로도 참모장에 대한 규탄이 뒤따랐다.

(만일에… 아니다. …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건 혁명대오내에 있어본적 없는 수치다!… 타락이다!)

그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서 담배를 피워물고 뻑뻑 빨았다. 담배가치끝이 경련을 일으키듯 부르르 떨며 불찌를 날렸다.

한명찬은 하루종일 입을 꾹 다물고 누구하고도 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것이 제발 억측이기를 바랐다. 줄곧 이 일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한가지 생각뿐이였다. 그 생각으로 속을 태우고 그 생각으로 가슴을 허비였다. 탄식하고 눈물짓고 원망과 저주, 증오로 이를 갈았다. 이러한 때 남녀간의 정사가 생겼다는것때문이 아니였다. 림수산에게 고향에서 기다리는 안해가 있다는것때문만도 아니였다. 기혼자는 그 어떤 녀성과의 정사도 있어서는 안된다는것이 조상전래의 륜리적계률이지만 인간생활이란 복잡하고 우여곡절로 차있는것이여서 이런 뜻밖의 정사가 혹시 있을수 있다는것도 리해할만 한 그였다.

그러나 이것은 사령부에서 멀리 떨어진, 절해고도와도 같이 고립무원한 밀영에서 임무를 수행하고있는, 생사운명과 혁명과업수행을 책임진 지휘간부의 정신도덕적부패와 타락에 관한 문제였다. 이 부패와 타락이 이때까지는 무엇을 가져왔으며 앞으로는 무엇을, 과연 어떤 엄청난 재화를 가져올것인가. … 회암계곡에 도착한 이후 오늘까지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 눈앞에 환영처럼 어른거렸다. 밀영건설이 시작되여 모두 걸싸게 통나무를 메여나르던 일, 림수산이 화라즈에서 데리고 떠난 작식대원 연미숙의 바지런한 일솜씨, 매사에 성실하고 정직하여 모두 칭찬하던 일, 림수산이 세운 엄격하면서도 별스러운데도 좀 있는 밀영규률, 서기활이 필요없이 작식터에 접근했다고 처벌하던 일, 화라즈분지에서 만났던 포수가 행상으로 둔갑하여 회암계곡에 나타났던 일, 원호물자들의 도착, 떠들썩한 설명절…

이틀후 그는 무슨 충동에 떠밀렸던지 잠복초에만 알리고 숯구이막으로 내려갔다.

여러해전에 페업하여 세월의 풍운속에 퇴락해진 숯구이터는 쓸쓸한 페허를 련상시켰다.

숯구이막과 바깥을 돌아보던 한명찬은 밀영에서 내려왔다가 올라간 발자취들은 흔적없이 지워졌는데 림강쪽에서 올라왔다가 내려간 발자욱들은 눈우에 어지럽게 찍힌대로 남아있는것을 띠여보았다. 놀랐다.

2리쯤 더 내려가보아도 같았다. 어째 지워버리지 않았는가. 부주의인가. 무엇인가… 림강조직 련락원을 처음 만났을 때 혜산사건의 교훈이라면서 자기를 가까이 접근시키지 않던 일이 떠올랐다. …

그처럼 자기들의 정체가 드러나는것을 두려워하던 사람들이 발자취는 왜 저렇게?… 이런 생각을 하며 걸어올라오다가 눈속에 던져진 담배꽁초 여러개를 주어 유심히 살펴보았다. 모두 값비싼 《하도》담배인데 절반쯤 태우고 버린것들이 태반이였다.

한명찬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저 발자국… 이 담배꽁초들은… 이것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참모장… 참모장! 저 사람은 이런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인민들과의 사업에서 손을 떼라 했다고 속이 뒤틀려 될대로 되라고 외면해버렸던 일… 내 잘못도 크다! 크다! 아직은 단언할수 없지만… 더 파고들어야 알겠지만… 저 사람의 부패, 타락의 공간을 타고 무엇이, 과연 무엇이 우리한테로 밀려들고있는가. 아- 아-)

가슴이 터지는듯싶었다.

한명찬은 걸음을 멈추고 몸부림치다가 결김에 허리를 꺾고 눈을 퍼올려 왁살스럽게 눈세면를 하였다. 얼굴에서 불길이 황황 이는듯 하였다.

그가 솜장갑으로 젖은 얼굴을 대충 문대고 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영악한 짐승이 코김을 씩 불며 뛰여나오는듯 한 소리가 났다.

놀라서 돌아봤다.

가까운 산기슭의 잡관목덤불속에서 눈을 허옇게 뒤집어쓴자가 뛰여나왔다.

한명찬은 반사적으로 목갑총에 손이 갔다.

그 사람은 반겨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아-니, 이게 누구시우? 저외다… 저외다!》

털벙거지를 눌러쓴 허름한 덧저고리차림의 행상군이였다.

그는 경악하여 머리칼이 곤두섰으나 애써 웃어보였다.

《어- 어떻게?…》

《설은 잘 쇴습니까?》

《예… 덕분에…》

《여기 대장어른한테 급히 전할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올라갑시다.》 하고 한명찬은 선선히 대답했다.

《이전에 어른한테 너무 혼나서 아닌게아니라 좀 떨립니다.》

한명찬은 입가에 어색한 미소를 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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